대구 콘서트 추후로 연기하든가 취소하든가 하세요.

  • 이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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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5-20 23:42
아파트 공사현장에 연예인 총출동, 관객 1만 예상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대구지역 모 방송사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아이돌(Idol)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공연을 가질 예정이어서 안전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대구경찰청과 수성구청 등에 따르면 지역 모 방송사가 창사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오는 25일 오후 8시부터 수성구 범어네거리 옆에 신축 중인 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현장 한가운데서 대규모 무료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소녀시대, 원더걸스, SG워너비, MC몽, 쥬얼리, 이승기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고 예상 관람인원도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지상 50층 안팎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9개 동이 들어서는 공사 현장 한가운데로 현재 해당 아파트가 30~40층 가량 뼈대만 올라간 상태여서 공연장소로는 대단히 부적절한데다 사상 유례 없는 `공사장 콘서트\'라는 것.

주최측은 경호인력 84명을 행사 당일 현장에 배치하는 한편 경찰과 소방서에도 경비인력 등을 요청키로 했지만 예상 관람 인원을 감안할 때 안전관리상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출연진 출입구와 VIP출입구 등 2개를 제외하고 소방도로에 접한 단 한 개의 공사장 출입구로만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몰릴 전망이어서 자칫 대형 사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무대와 객석이 설치되는 아파트단지 중앙광장의 아래층에 지하주차장과 근린생활시설이 지하 3층 규모로 건축돼 건축법이 적용되는 건물 내부냐 외부냐를 둘러싸고 경찰과 구청간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찰측은 공연장이 사실상 옥내여서 준공검사나 임시사용허가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공연을 가질 경우 건축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지만 구청측은 옥외여서 건축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행사 당일 경비인력 요청을 받은 경찰측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행사가 집회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문화공연이어서 불허할 권한이 없지만 공연장이 공사현장 한가운데 마련되는데다 많은 위험요인을 안고 있어 주최측에 안전요원 추가 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경찰로서는 행사장 외곽 교통관리와 질서 유지 인력을 배치하겠지만 공사현장 내부인 점을 감안, 관람객들에게 공사현장 관계자들이 착용하는 안전모를 착용시키도록 주최측에 요청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방송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시청자들을 무료로 초대하는 창사기념행사인 만큼 사전에 초대권을 8천500장만 배부하고 관람객들 사이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한편 행사 사흘 전부터 건설자재와 컨테이너 박스를 치우는 등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객석을 섹터별로 철저히 구분해 자칫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10대들을 뒷좌석으로 배치하고 의자와 의자를 묶을 계획이어서 관객이 한꺼번에 몰릴 우려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는 해당 아파트의 상가 분양을 앞둔 시행사측에서 제공한 거액의 협찬금으로 치러지는 것으로 알려졌고 주최측이 경찰에 보낸 `경비 인력 지원 요청\' 공문에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형렬 수성구청장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과 김 구청장 등은 이 시행사 대표가 100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에 구명성 탄원서를 제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서울대 본관 앞 잔디밭에서 관람객 5천여명이 몰린 가운데 열린 원더걸스 공연장에 일부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무대를 향해 몰리면서 2명이 구급차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d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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