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산의료원의 의료과실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억울합니다..ㅠㅠ

  • 안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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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2-21 14:27
저희 같은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맘에 여기에 글을 씁니다.

저는 지난 2월 1일에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할머니와 저, 그리고 아버지 세 식구는 풍족하진 않았지만 서로가 있기에
서로 위해주고 웃으면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52세라는 한창 나이에 아버지는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것도 본인의 의지가 아닌 의료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맹장수술만큼 쉽다는 기흉 수술을 받고 난 후 돌아가셨습니다.

주말마다 산악회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친구들과 술도 즐기시면서
그렇게 건강하고 활발하시던 아버지의 죽음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습니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의사도... 병원에서도...
장례식 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고 있습니다.
태연하게 또 환자를 받고 수술을 하고 있겠죠.

불쌍한 우리 아버지...
당신의 발로 직접 병원으로 걸어가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온 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만 안고... 이렇게 떠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죠.
아버지가 너무 불쌍하고... 왜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야속한 병원 사람들이 너무 미워서 미칠 것만 같습니다.

제발 저희의 억울한 사연을 좀 읽어주시고 좀 도와주십시오.

아버지는 며칠동안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 힘들다며
1월 30일 대구 동산의료원으로 직접 가셔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흉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하루 뒤인 31일 오후 5시 20분에 아버지는 수술실로 들어가셨습니다.

10년 전에 동산의료원에서 기흉수술을 받은 적이 있던 아버지는(재발아님 반대쪽폐)
그때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현재 흉부외과 주임교수 및 과장)에게 다시 수술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수술 전 의사는 기흉의 경우 보통 흉관을 삽입해서 시술하지만
그러면 재발률이 높아 가슴 3곳에 작은 구멍을 뚫어
내시경 시술을 통해 공기주머니 자체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다고 설명했고,
여의치 않을 경우 5cm 정도 절개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제 상식으로도 기흉이라는 질병은 그렇게 무서운 질병도 아니고...
시술도 간단해서 별로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사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그렇게 시작된 아버지의 수술은
1시간 반이면 끝난다고 하더니 계속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집도의는 수술 시작 후 3시간이 지난 무렵 불안해 하고 있던 저에게 와서
흉막 유착이 심해 내시경 시술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두 곳을 절개하여
공기주머니 일부를 제거했지만 유착된 흉막을 떼는 과정에 출혈이 많아 수혈까지 받았고
수술이 길어졌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공기주머니를 모두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수술은 잘 끝났고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안심을 했습니다.
뭔가 안좋은 일이 생긴 것이었지만 의사가 괜찮다고 했으니까요...

수술 전에 의사가 말한
“절개를 할 경우 보호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시술을 한다”는 설명이 기억나
왜 미리 말하지 않고 절개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일단은 수술이 끝나가던 상황이라 따지지도 못하고 마음만 졸이고 있었습니다.

1시간 뒤 총 4시간여의 수술이 끝나고 아버지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문득 아버지 가슴에 상처가 너무 크면 어쩌나 싶어
얼마나 절개를 했는지 집도의에게 물었는데 집도의는 몇 cm가 뭐가 중요하냐며
수술은 잘됐으니 의식을 회복하는대로 일반병실로 옮기면 된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나중에 아버지의 시신을 영환실로 옮기면서
아버지의 상처를 보니 목에서 허리까지 50cm 넘는 흉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몇 cm인지 중요하지 않다니... 생각할 수록 화가 납니다.
의사라면 수술중 있었던 사실과 결과를
정확하게 보호자에게 설명해주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가슴을 50cm나 절개하는 수술이었는데...
그런 사실을 아버지 시신을 보고 알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수술이 끝나고...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고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저는
2월1일 새벽 6시경 급한 연락을 받고 중환자실로 들어갔고
피로 얼룩진 시트 위의 아버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의사들 말로는 새백 2시경에 아버지는 잠깐 의식을 찾으셨지만
새벽 4시경 갑작스런 과다출혈로 인해 수술실로 옮길 시간도 없이
2시간 동안 지혈과 수혈,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조치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힘든 수술이라 아버지의 의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저에게
2시경에 아버지의 의식이 돌아왔을 때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 너무 궁금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알려주지 않았다는 그들의 말에... 저는 따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다시 수술실로 옮겨졌고
2시간동안 다시 가슴을 절개하고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8시경에 중환자실로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집도의는 지혈은 정확히 되었지만
갑작스런 과다출혈로 뇌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뇌손상이라는 말에 너무 놀랍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아버지의 죽음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
.
그리고 아버지의 의식이 돌아오길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후 1시쯤 의사는 가족들 모두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며
아버지의 사망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셨습니다... 너무나 허무하게...

사망 원인에 대해서 듣고 싶어 집도의를 찾았지만,
수술을 집도했던 흉부외과 과장은 재수술 후 세미나 참석차 타지방에 갔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환자가 사경을 헤매고 있을때 세미나장으로 말이죠..


저는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영환실로 시신을 옮긴 후에도
집도의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정신없이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집도의를 데려달라는 내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태연하게 지금은 못온다... 내일까지 기다려라...
라고 하던 주치의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화가 나고 눈물이 납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일단 영환실로 시신을 옮기자던 병원측의 말에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했지만
아버지를 그렇게 병상에만 계시게 할 수도 없었고
아버지의 시신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아버지를 영환실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그날 밤이 지나가고...
다음날 2월2일 드디어 집도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내시경수술 도중 쇄골하동맥이라는 큰 혈관을
손상시켜 그 출혈로 인해 가슴을 절개할 수 밖에 없었고,
쇄골하동맥 지혈 과정에 시야 확보를 위해 내경정맥을 인위적으로 절단했는데
나중에 인위적으로 자른 이 내경정맥이 터져
과다 출혈이 일어났고 그래서 재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쇄골하동맥은 엄청나게 큰 혈관이라고 하더군요.
수도꼭지가 터진 것처럼 엄청난 출혈이 있었을 테고 수술실은 난장판이 되었을텐데....
그렇게 큰 실수를 해서 엄청난 수술을 벌여놓고도...
수술은 잘 끝났다고 태연하게 말하던 의사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납니다.
평소 병원에 가면 항상 최악의 경우에 대해 말하는 의사들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큰 수술을 받은 환자가 의식을 찾았다면 당연히 밖에서 목빠지게 기다리던
보호자에게 연락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중환자실 밖 보호자대기실에서
노숙자처럼 누워있는 보호자들이 왜 그러고 있는지 모르나요.

사실 그때 아버지가 의식을 찾았다는 것도 그들만의 이야기라서 믿을 수가 없지만...
만약 그때 알려주었으면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구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큰 대학병원인 동산의료원의 흉부외과 과장이
간단한 시술이라고 하는 말을 믿고 별다른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아버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가실 줄 알았으면 좀더 잘해드리는건데...
매일 아버지 속만 썩힌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가망이 없다는 의사들의 말을 듣고도
죽어가는 사람도 청력은 어느 정도 살아있다는 말이 기억나서
죽어가는 아버지 곁에서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버지는 제 말을 듣고 있었을까요...

아버지는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수술 전 왠지 무섭다고 하시던 아버지 모습이 생각나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떠나간 아버지를 돌아오게 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아버지를 보내드리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억울합니다.

제대로 된 사과 한번 받지 못하고...
유감스럽다... 식으로 애매한 말을 해대는
의사와 병원관계자들을 보면서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자기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아버지와 저희에게 제대로 된 사과라도 한번 해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세요. 어떻게 해야 우리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까요.
저 혼자만으로 어떻게 대학병원을 상대해야할지 앞길이 막막합니다.
의료에 대해서도 소송에 대해서도 제대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