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者들이 바보흉내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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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11-26 05:17

記者들이 바보흉내를 내고 있다
편집국장 고 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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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記者)가 되는 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른바 ‘언론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기자가 될 수 있다.

기자가 된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수습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당연히 언론인의 자세와 교양에 대해 먼저 배우게 된다.

이 과정 또한 험난하기가 이를 데 없다.

중도에서 기자되는 것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시점이 바로 이 때다.

이렇게 키워진 기자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만큼, 현장 기자들 가운데 바보가 있을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요즘 기자들을 보면, 그렇게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하나같이 바보들처럼 보인다.

사실 BBK 문제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아주 간단한 문제다.

핵심쟁점 가운데 하나인 ‘BBK 실소유주가 누구냐’하는 문제는 이미 정답이 나와 있다.

그런데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을 보면, 헷갈린다.

실소유주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라는 것인지, 아닌지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면 더 아리송해진다.

실제 이명박 후보는 지난 2002년 2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LKe뱅크와 BBK를 창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이 BBK 실소유주임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는 뜻이 와전된 오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필자는 한 신문사의 편집국장이다.

우리 신문사 기자 가운데 특정인과 인터뷰하면서, 그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서 인터뷰기사라고 작성해 오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당연히 다른 신문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다른 쟁점사항인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에 이 후보가 관여했느냐의 여부도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주가 조작은 마프 펀드를 통해 이뤄졌는데, 이 후보가 만든 LKe뱅크의 자금 150억 원이 이 펀드에 들어갔다.

또 주가 조작은 이 후보가 LKe뱅크에서 손을 떼기 전인 2001년 초에 이뤄졌다.

특히 다스가 BBK에 무려 190억 원을 투자했다면,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삼척동자라도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기자들이 하나같이 바보흉내를 내고 있다.

기사를 ‘빙빙’돌려가며 어렵게만 쓴다. 따라서 그것을 읽는 독자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에서 “BBK를 치킨점인 BBQ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비아냥거리는 일까지 발생했겠는가.

심지어 이명박 후보가 기소될 경우, 당원권 정지문제에 대해서도 기자들은 모두 헛다리를 짚었다.

당원권 정지 문제는 당 윤리위원회 소관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의 입장을 묻는 게 기본이자 상식이다.

그런데 시민일보 기자가 묻기 이전까지 다른 언론사의 모든 기자들은 강재섭 당대표와 홍준표 의원에게만 견해를 물었다.

그리고는 ‘확정판결 이전에 당원권정지는 없다’는 강 대표의 생각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홍준표 의원의 생각이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됐다.

이런 기사를 본 독자들은 ‘아, 이명박 후보가 기소되어도 당원권은 정지되는 게 아니구나’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원권 정지와 관련,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인명진 목사는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인 위원장은 “후보에게 문제가 있어 당원권이 정지되면 당연히 후보등록은 못하게 된다. 당원권 정지는 당원의 권리 행사를 못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나라당 후보로 등록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기소되면 당원권이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을 왜 기자들은 몰랐을까?

그들이 바보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단지 바보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대세론 후보의 눈치를 보느라 ‘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빙빙’돌려가며 기사를 쓰는가하면, ‘당원권 정지’문제를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권한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입장을 묻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모 대학원에서 언론연구원 과정을 강의하고 있다.

기자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에게 필자는 한상 “기자는 진실의 편에 서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선배들의 이런 추악한 현장의 꼴을 본다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행여 자신들의 소중한 꿈을 접어버리지나 않을 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