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대선 교육공약 평가 문국현,권영길,정동영,이명박 후보
- 용도중
- 0
- 365
- 글주소 복사
- 2007-11-26 05:11
경향신문과 ‘교육대통령을 위한 국민의 선택’이 공동으로 ‘2007 대선 교육공약 평가’를 실시한 결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후보가 평균 66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58점)가 2위에 올랐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52점)·한나라당 이명박(39점) 후보는 각 3·4위로 나타났다. 후보별로는 이·권후보가 교육복지, 정후보가 대학입시제도 개혁, 문후보가 유·초·중·고 교육 내실화 영역에서 각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후보, 사교육비 증가 요소 많아-
■총평
이명박 후보의 교육 공약은 문제의식과 정확성, 대안의 타당성, 실현 가능성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학벌, 대학서열주의의 경우 문제의식이 정확하지 않아 그에 대한 해법도 타당하지 않은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또 사교육 경감 대책 등은 나름대로 문제의식이 있었으나 자사고 100곳 신설, 대입자율화 3단계 등 이후보가 제시한 해법이 오히려 사교육 ‘증가책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주로 30~40점대에 걸쳐 점수분포가 나타나고 있으며 평가에 참여한 전체 회원 단체(9개) 중 1개 단체로부터 1위, 1개 단체로부터 3위, 7개 단체로부터 4위의 평가를 받았다.
■평가단 의견
이후보의 교육 정책이 전반적으로 교육부 주도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민간부분에 더 많은 것을 맡겨야 한다. 그러나 경쟁을 학생에게 떠넘기기보다 시장원리를 적용해 경쟁을 높여야 한다.
자율형 사립고 정책은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현행 교육 제도의 모순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서열주의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자사고, 대학입시 자율화 등으로 ‘입시학원화’된 중·고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교육을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교육을 통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성취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후보의 공약은 다소 문제점을 드러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양극화를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대학자율화의 경우 성적순에 따른 입시명문고의 등급제가 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입시 자율화와 고교 다양화를 동시 추진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학교별 프로그램 차이를 근거로 학생부를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결국 특정 고등학교가 입시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토록 하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학교별 프로그램 차이를 중심으로 입시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고교등급제를 합법화해주겠다는 의미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또 고교의 특성을 반영하는 대입자율화는 분명 자사고나 공립기숙고 등 새로운 명문고를 탄생시킬 것이며 교육시장주의, 입시경쟁체제 강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입시경쟁 폐해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학교의 다양성과 학생의 창의력을 살려 사교육 열풍을 잠재운다는 말은 너무나 관념적이다. 오히려 사교육 쪽에서 내심 반가워할 정책이다.
이후보가 내놓은 교육정책은 교육 현실과 본질을 망각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학 교육은 전문교육으로서 경쟁이 당연하지만 초·중등 교육의 지나친 경쟁은 교육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며 등급화를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학습에 대한 혐오감만 키우게 된다. 이후보의 교육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교육 개혁 단체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토목공사식 교육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전국이 극심한 입시경쟁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후보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상위층에서, 가진 자의 눈높이에서 만든 것이며 신자유주의에 기저를 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동영 후보, 구체적 대안 제시는 미흡-
■총평
정동영 후보는 2개 단체로부터 2위, 6개 단체로부터 3위, 1개 단체로부터 4위로 평가됐다. 점수는 40~60점대에 걸쳐 분포됐다. 입시제도 개혁 분야에서는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초·중·고 교육 내실화 분야에선 낮은 평가가 나왔다.
중등교육의 왜곡, 입시경쟁 등의 문제를 고등교육 모순에서 찾은 것은 타당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타당하거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입제도 개혁의 방향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중등교육의 정상화 방안에 대한 ‘문제의식의 정확성’이 비교적 낮았고, 사교육 경감 대책의 실현 가능성도 낮게 평가됐다.
■평가단 의견
정후보의 교육공약은 의욕적이고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적이었지만 교육 현실을 잘 알지 못하고 피상적·상식적인 수준 이상의 구체적인 교육정책이 없다.
학벌 폐지 및 대학서열주의 극복 방안은 대학의 모순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특히 입시제도 폐지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입시경쟁 완화, 사교육비 경감, 중등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효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구체성이 부족하다. 입시제 폐지를 위해선 국립대와 사립대간의 구분을 없애야 하는데 정후보는 국·사립대 이원체제는 그대로 둬야 한다는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11년 입시 폐지’에 맞춰 교과과정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데 실제로 입시가 폐지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학서열주의 극복을 위해 대학을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으로 분리한다는 아이디어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안이 소극적이고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또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선 폐쇄적이고 분과적인 학문의 성향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있어야 한다.
사교육비 경감 방안 중 하나인 ‘영어능력인정제’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영어능력인정제 도입으로 큰 틀에서 거대한 사교육 구조를 깨기에는 미흡하다.
초·중·고 교육 내실화 분야에선 주입식 학교교육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부족하다. 수업과정, 교육과정, 교육내용 등에 대한 평가와 자극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를 그대로 두고 예술계통 학교를 신설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학교 자체를 다양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범위를 넓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실력 실질화를 위해 영어수업 2시간 확대, 고교졸업시 기본 영어능력 보장 등은 다른 교과목에 비해 영어에 대한 과잉투자의 측면도 있다. 중등교육 내실화를 위해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것은 어느 후보에게나 마찬가지지만 정후보가 집권시 가장 먼저 교육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교육복지 관련 공약인 0세에서 고교 졸업시까지 전면 무상교육, 100만원을 넘은 국·사립대의 등록금에 대한 정부 보조 등은 현실성이 결여됐다.
전체적으로 정후보의 공약은 정부의 역할 개입과 간섭을 최소화·축소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 조직이 비대해질 가능성이 짙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국현 후보, ‘초중고 내실화’ 최고점-
■총평
문국현 후보의 교육공약은 9개 평가단체 중 8개 단체가 1위를, 나머지 1곳이 2위를 줄 만큼 후한 평가를 받았다. 분야별 점수도 60~70점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대안의 실현 가능성’에서 특히 우위를 보였다.
5개 영역 중 ‘초·중·고 교육 내실화’ 부분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다. 문후보가 중등교육 질의 혁신을 위해 제시한 이른바 ‘창조 내신’이 평가단의 주목을 끌었다. 국립대 공동학위제, 기회균등할당제 전면 시행, 지방대 특별 지원법 등 입시경쟁을 완화시키는 고등교육 3정책과 ‘창조 내신’이 맞물릴 경우 ‘경쟁 완화, 교육 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평가단 의견
문후보의 공약은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교육에 대한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영역들에서 보완점이 준비돼야 할 것 같다.
학벌 및 대학서열주의 극복을 위한 지방대와 서울간 균형발전 정책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단순히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만큼 현실화시키는 심도있는 내용이 필요하다.
국립대 공동학위제 실시에 서울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내신 중심의 입시 제도는 긍정적이지만 내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내신 중심 선발은 이전에도 여러번 시도됐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후보는 사교육 대책으로 ‘창조적 내신’을 통한 입시 선발을 제시했다. 창조적 내신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한 핵심은 교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와 책무성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이행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창조적’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창조적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등이다. 창조교육에 따른 교사 추가 채용 및 공간 확보 등에 대한 세밀한 접근도 있어야 한다.
초·중·고 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사의 역량 제고는 중요한 과제다. 교대, 사대 교육전문대학원화, 임용고시 폐지 등은 쉽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좀더 세밀한 안이 필요하며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교사평가제의 정착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인다는 정책도 학교 내실화, 교사의 교육기획력 신장에 필수요소다.
개별 교사에 의한 평가는 획일적 교육을 지양하고 교육 정상화에 기대되는 정책이다. 소외계층 자녀들에 대한 차별 해소나 왕따,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교육복지와 관련, 장애아동 통합 교육은 높이 평가된다. 문후보의 교육안들이 논리적인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각 안들이 체계를 갖고 작동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권영길 후보, 대학서열 파괴 등 눈길-
■총평
권영길 후보는 각 영역에서 ‘문제의식의 정확성’과 관련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대안의 타당성’이나 ‘실현 가능성’에서는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점수 분포는 주로 50~70점대에 걸쳐 있다. 평가에 참가한 회원단체들 중 2곳으로부터 1위, 4개 단체로부터 2위, 3개 단체로부터 3위로 평가됐다.
평가단이 높게 평가한 학벌 및 대학서열주의 해소 부분에서 권후보는 “문제의식의 정확성은 높지만, 대안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학평준화 정책이 ‘사교육비, 대학서열주의 및 입시경쟁 획기적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모든 영역에 걸쳐 국민을 설득할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평가단 의견
권후보는 교육 문제에 대해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고민했고, 문제의 증상만이 아니라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의 흔적들이 보인다. 그러나 전체 사회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집으려는 급진적인 측면이 있어 기득권층의 강한 저항이 우려된다. 이 문제에 대한 극복 방안과 전략이 요구된다.
교육의 평등성이 교육의 수월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특별한 노력도 필요하다. 대학평준화가 입시, 학벌, 사교육비 문제의 해결방안임은 분명하지만 국민에게 이를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또 대학 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대책이 보다 치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인적자원부’를 ‘교육문화부’로 개칭하는 것은 권후보의 교육공약 가운데 가장 호감이 가는 부분이다.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를 수단화하는 현재의 한국교육 풍토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갈수록 국가의 역할이 증대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결국에 가서는 교육행정기관이 비대해질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권후보가 또하나 간과한 측면이 있다면 우리나라 학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이다. 과연 한국의 학부모들이 초등영어 교육폐지를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학교자치를 모든 교육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권후보의 교육적 배려집단을 위한 정책과제는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사교육 공급 적정 규제 방안은 사교육기관에 대한 가격 신고포상금, 영업시간 등의 규제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실현 가능한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치밀한 검토를 선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초·중등교육의 무상화와 입시폐지 주장 등은 반드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분리해 초·중등교육에 진력하고 고등교육은 시장에 맡기는 정책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공약 평가 어떻게 했나
교육공약 평가단에는 ‘교육대통령을 위한 국민의 선택’ 10개 회원단체 중 9개 단체 3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평가영역은 5개 영역(학벌 폐해 및 대학서열주의 해소, 대입제도 개혁, 사교육비 해소, 유·초·중·고 교육 내실화, 교육복지)으로 했다. 각 영역에 대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5개 영역 평가의 평균을 내 후보별 순위를 매겼다.
평가단 30명은 9개 단체별로 2~7인씩, 각 단체의 평가권을 위임받은 자격으로 참여했다. 소수가 참여한 2개 단체는 단체 입장이 보다 충실하게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단체 대표자를 대상으로 서면평가도 실시해 결과를 보완했다.
앞서 평가단의 공약 이해도와 평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8월7일부터 총 7차례 교육정책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후 각 후보측 교육공약 책임자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3차례 공약 검증 토론회를 갖고, 지난 6일에는 합동 교육공약 평가 토론회도 열었다.
-이명박 후보, 사교육비 증가 요소 많아-
■총평
학벌, 대학서열주의의 경우 문제의식이 정확하지 않아 그에 대한 해법도 타당하지 않은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또 사교육 경감 대책 등은 나름대로 문제의식이 있었으나 자사고 100곳 신설, 대입자율화 3단계 등 이후보가 제시한 해법이 오히려 사교육 ‘증가책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견해가 많았다. 주로 30~40점대에 걸쳐 점수분포가 나타나고 있으며 평가에 참여한 전체 회원 단체(9개) 중 1개 단체로부터 1위, 1개 단체로부터 3위, 7개 단체로부터 4위의 평가를 받았다.
■평가단 의견
이후보의 교육 정책이 전반적으로 교육부 주도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민간부분에 더 많은 것을 맡겨야 한다. 그러나 경쟁을 학생에게 떠넘기기보다 시장원리를 적용해 경쟁을 높여야 한다.
자율형 사립고 정책은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현행 교육 제도의 모순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서열주의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 자사고, 대학입시 자율화 등으로 ‘입시학원화’된 중·고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질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교육을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교육을 통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성취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후보의 공약은 다소 문제점을 드러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양극화를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대학자율화의 경우 성적순에 따른 입시명문고의 등급제가 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입시 자율화와 고교 다양화를 동시 추진해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학교별 프로그램 차이를 근거로 학생부를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결국 특정 고등학교가 입시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토록 하겠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학교별 프로그램 차이를 중심으로 입시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고교등급제를 합법화해주겠다는 의미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또 고교의 특성을 반영하는 대입자율화는 분명 자사고나 공립기숙고 등 새로운 명문고를 탄생시킬 것이며 교육시장주의, 입시경쟁체제 강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입시경쟁 폐해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학교의 다양성과 학생의 창의력을 살려 사교육 열풍을 잠재운다는 말은 너무나 관념적이다. 오히려 사교육 쪽에서 내심 반가워할 정책이다.
이후보가 내놓은 교육정책은 교육 현실과 본질을 망각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학 교육은 전문교육으로서 경쟁이 당연하지만 초·중등 교육의 지나친 경쟁은 교육의 양극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며 등급화를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학습에 대한 혐오감만 키우게 된다. 이후보의 교육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교육 개혁 단체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토목공사식 교육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전국이 극심한 입시경쟁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후보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상위층에서, 가진 자의 눈높이에서 만든 것이며 신자유주의에 기저를 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동영 후보, 구체적 대안 제시는 미흡-
■총평
중등교육의 왜곡, 입시경쟁 등의 문제를 고등교육 모순에서 찾은 것은 타당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타당하거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대입제도 개혁의 방향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중등교육의 정상화 방안에 대한 ‘문제의식의 정확성’이 비교적 낮았고, 사교육 경감 대책의 실현 가능성도 낮게 평가됐다.
■평가단 의견
정후보의 교육공약은 의욕적이고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적이었지만 교육 현실을 잘 알지 못하고 피상적·상식적인 수준 이상의 구체적인 교육정책이 없다.
학벌 폐지 및 대학서열주의 극복 방안은 대학의 모순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특히 입시제도 폐지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입시경쟁 완화, 사교육비 경감, 중등교육 정상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효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구체성이 부족하다. 입시제 폐지를 위해선 국립대와 사립대간의 구분을 없애야 하는데 정후보는 국·사립대 이원체제는 그대로 둬야 한다는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11년 입시 폐지’에 맞춰 교과과정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데 실제로 입시가 폐지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대학서열주의 극복을 위해 대학을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으로 분리한다는 아이디어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안이 소극적이고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또 연구중심대학으로 가기 위해선 폐쇄적이고 분과적인 학문의 성향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있어야 한다.
사교육비 경감 방안 중 하나인 ‘영어능력인정제’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영어능력인정제 도입으로 큰 틀에서 거대한 사교육 구조를 깨기에는 미흡하다.
초·중·고 교육 내실화 분야에선 주입식 학교교육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부족하다. 수업과정, 교육과정, 교육내용 등에 대한 평가와 자극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를 그대로 두고 예술계통 학교를 신설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학교 자체를 다양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범위를 넓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실력 실질화를 위해 영어수업 2시간 확대, 고교졸업시 기본 영어능력 보장 등은 다른 교과목에 비해 영어에 대한 과잉투자의 측면도 있다. 중등교육 내실화를 위해 교육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것은 어느 후보에게나 마찬가지지만 정후보가 집권시 가장 먼저 교육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교육복지 관련 공약인 0세에서 고교 졸업시까지 전면 무상교육, 100만원을 넘은 국·사립대의 등록금에 대한 정부 보조 등은 현실성이 결여됐다.
전체적으로 정후보의 공약은 정부의 역할 개입과 간섭을 최소화·축소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부 조직이 비대해질 가능성이 짙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국현 후보, ‘초중고 내실화’ 최고점-
■총평
5개 영역 중 ‘초·중·고 교육 내실화’ 부분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다. 문후보가 중등교육 질의 혁신을 위해 제시한 이른바 ‘창조 내신’이 평가단의 주목을 끌었다. 국립대 공동학위제, 기회균등할당제 전면 시행, 지방대 특별 지원법 등 입시경쟁을 완화시키는 고등교육 3정책과 ‘창조 내신’이 맞물릴 경우 ‘경쟁 완화, 교육 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평가단 의견
문후보의 공약은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교육에 대한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영역들에서 보완점이 준비돼야 할 것 같다.
학벌 및 대학서열주의 극복을 위한 지방대와 서울간 균형발전 정책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단순히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만큼 현실화시키는 심도있는 내용이 필요하다.
국립대 공동학위제 실시에 서울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내신 중심의 입시 제도는 긍정적이지만 내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내신 중심 선발은 이전에도 여러번 시도됐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후보는 사교육 대책으로 ‘창조적 내신’을 통한 입시 선발을 제시했다. 창조적 내신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한 핵심은 교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와 책무성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이행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창조적’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창조적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등이다. 창조교육에 따른 교사 추가 채용 및 공간 확보 등에 대한 세밀한 접근도 있어야 한다.
초·중·고 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사의 역량 제고는 중요한 과제다. 교대, 사대 교육전문대학원화, 임용고시 폐지 등은 쉽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방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좀더 세밀한 안이 필요하며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교사평가제의 정착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인다는 정책도 학교 내실화, 교사의 교육기획력 신장에 필수요소다.
개별 교사에 의한 평가는 획일적 교육을 지양하고 교육 정상화에 기대되는 정책이다. 소외계층 자녀들에 대한 차별 해소나 왕따,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교육복지와 관련, 장애아동 통합 교육은 높이 평가된다. 문후보의 교육안들이 논리적인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각 안들이 체계를 갖고 작동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권영길 후보, 대학서열 파괴 등 눈길-
■총평
평가단이 높게 평가한 학벌 및 대학서열주의 해소 부분에서 권후보는 “문제의식의 정확성은 높지만, 대안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학평준화 정책이 ‘사교육비, 대학서열주의 및 입시경쟁 획기적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모든 영역에 걸쳐 국민을 설득할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평가단 의견
권후보는 교육 문제에 대해 비교적 긴 시간 동안 고민했고, 문제의 증상만이 아니라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의 흔적들이 보인다. 그러나 전체 사회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집으려는 급진적인 측면이 있어 기득권층의 강한 저항이 우려된다. 이 문제에 대한 극복 방안과 전략이 요구된다.
교육의 평등성이 교육의 수월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특별한 노력도 필요하다. 대학평준화가 입시, 학벌, 사교육비 문제의 해결방안임은 분명하지만 국민에게 이를 설득하고 공감시키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또 대학 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대책이 보다 치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인적자원부’를 ‘교육문화부’로 개칭하는 것은 권후보의 교육공약 가운데 가장 호감이 가는 부분이다.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를 수단화하는 현재의 한국교육 풍토를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갈수록 국가의 역할이 증대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결국에 가서는 교육행정기관이 비대해질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권후보가 또하나 간과한 측면이 있다면 우리나라 학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이다. 과연 한국의 학부모들이 초등영어 교육폐지를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학교자치를 모든 교육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권후보의 교육적 배려집단을 위한 정책과제는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사교육 공급 적정 규제 방안은 사교육기관에 대한 가격 신고포상금, 영업시간 등의 규제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실현 가능한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치밀한 검토를 선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초·중등교육의 무상화와 입시폐지 주장 등은 반드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분리해 초·중등교육에 진력하고 고등교육은 시장에 맡기는 정책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공약 평가 어떻게 했나
교육공약 평가단에는 ‘교육대통령을 위한 국민의 선택’ 10개 회원단체 중 9개 단체 3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평가영역은 5개 영역(학벌 폐해 및 대학서열주의 해소, 대입제도 개혁, 사교육비 해소, 유·초·중·고 교육 내실화, 교육복지)으로 했다. 각 영역에 대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5개 영역 평가의 평균을 내 후보별 순위를 매겼다.
평가단 30명은 9개 단체별로 2~7인씩, 각 단체의 평가권을 위임받은 자격으로 참여했다. 소수가 참여한 2개 단체는 단체 입장이 보다 충실하게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단체 대표자를 대상으로 서면평가도 실시해 결과를 보완했다.
앞서 평가단의 공약 이해도와 평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8월7일부터 총 7차례 교육정책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후 각 후보측 교육공약 책임자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3차례 공약 검증 토론회를 갖고, 지난 6일에는 합동 교육공약 평가 토론회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