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한국음식으로 세계시장을 노린다

  • 윤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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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11-25 15:44
차별화된 한국음식으로 세계시장을 노린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최소한 첫째 먹는 문제(食), 둘째 입는 문제(衣), 셋째 사는 문제(住) 등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먹는 문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꾸준히 전승 발전해 왔다. 만약, 인류가 먹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화려한 문명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10여 년 전 나는 우연한 계기로 중국 북경으로 박사과정유학을 간적이 있다. 그 당시 북경에는 한국음식점이 전무한 상태라 중국음식에 익숙하지 못한 나로서는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북경의 기후가 한국과 달리 너무나 건조해 생활하기조차 힘든 데, 먹는 문제까지 나를 몹시 괴롭혔으니 어찌 끼니때마다 전쟁이 아니었겠는가?

이때서야 비로써 음식의 소중함을 나는 절실히 느꼈다. 기름진 음식을 먹지 못하는 체질이라 그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먹는 문제로 북경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올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 없이 느낄 정도였으니 그 고통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먹는 문제인 음식에 대해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말이면 별도로 시간을 내어 중국음식백화점을 자주 찾곤 했다. 중국은 역사도 길고, 땅도 넓고 또한 인구도 많아 중국인들의 먹는 습성(習性)은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중국의 요리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첫째, 광동성(廣東省)중심의 남쪽지방에서 발달한 광동요리(廣東料理) 둘째, 사천성(四川省)중심의 산악지대풍토에 영향을 받은 사천요리(四川料理) 셋째, 황하하류(黃河下流)의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발달한 상해요리(上海料理), 넷째, 수도(首都)인 북경을 중심으로 궁중요리가 발달한 북경요리(北京料理) 등을 꼽을 수 있다.

1) 광동요리는 〈난차이〉라고도 하는데, 열대기후인 중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향신료를 쓰지 않고 기름에 튀겨 요리의 형태와 맛을 고스란히 살리는 것이 특징이며 일찍부터 서양문화와 접한 탓에 이국적인 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다른 나라로 이주한 중국인의 대부분이 광동사람이기 때문에 서유럽에서는 광동요리가 중국요리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이다.

2) 사천요리는 서쪽의 양쯔강 상류 산악지방과 사천을 중심으로 운남(云南)과 귀주(貴州) 지방을 총칭한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몹시 추우며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많은 악천후의 영향으로 한방에서 이런 날씨를 견디는데 좋다고 전하는 마늘, 생강, 부추, 고추 등을 섞어 요리한다. 특히 매운 후추 맛이 특징이어서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 사람이 즐겨 찾는 요리이다.

3) 상해요리는 남경(南京)에서 비롯됐다. 남경은 양쯔강 주변의 비옥한 땅에 위치해 중국 남부문화의 중심으로 번창해 음식문화 역시 상당히 발달했다. 이 지방은 비교적 바다가 가깝고 양쯔강 하구의 남경이중심이기 때문에 해산물과 미곡이 풍부해 해산물을 바탕으로 한 요리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간장과 설탕을 많이 사용해 달고 진한 맛을 많이 내며 기름도 많이 쓴다. 색상이 진하고 선명한 색채를 띠는 화려한 요리가 많다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이다.

4) 북경요리는 〈찡차이〉라고도 하는데, 황실을 중심으로 발달한 요리이다. 쌀보다 밀을 주로 사용하며, 북경이 비교적 깊은 내륙지방에 속하기 때문에 해산물요리는 잘 먹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명대(明代)에 시작하여 6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카오야(오리구이)요리가 북경에서 제일유명하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그 동안 팔도전통요리가 우리민족의 건강과 입맛을 책임져 왔다.

각도별 대표적인 전통음식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함경북도의 섭죽, 명태젓, 명태식혜

2) 함경남도의 회국수, 강냉이밥, 가자미식혜

3) 평안북도의 동치미냉면, 김치밥

4) 평안남도의 평양전골, 어북쟁반

5) 황해도의 고기전, 호박짠지된장국, 된장떡

6) 강원도의 순두부, 삼숙이탕, 능이 버섯회, 감자송편

7) 경기도의 탕평채, 우매기, 설렁탕, 굴밥

8) 충청북도의 오색 만두찜, 사과장아찌, 꿩 칼국수

9) 충청남도의 호도장아찌, 어리굴젓, 늙은 호박찌개

10) 경상북도의 안동 칼국수, 대구육개장

11) 경상남도의 호박범벅

12) 전라북도의 콩나물국밥, 머우나물, 떡갈비

13) 전라남도의 홍어찜, 죽순탕, 갈낙탕

14) 제주도의 자리물회 등을 들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요리는 그 범위가 매우 광범히 하고 그 종류 또한 수십 가지에 이른다. 그 가운데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있고, 인스턴트식품이나 새로운 재료의 출현으로 새로 개발된 요리도 있다. 전통적이거나 응용 개발되었거나 현재 우리의 식생활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요리의 종류를 대충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밥 : 흰밥-찰밥-팥밥-콩밥-조밥-보리밥-밀밥-밤밥-감자밥-비빔밥-약밥-오곡밥 등이 있다

2) 국-탕 : 설렁탕-곰탕-육개장-삼게탕-추어탕 등의 각종 탕류와 고기국-생선국-순대국-장국-냉이국-미역국-콩나물국-배추국-우거지국-시금치국 등의 국류

3) 면 : 밀국수-메밀국수-당면-냉면-온면-비빔국수-칼국수-수제비-편수류

4) 죽-미음 : 흰죽-팥죽-깨죽-잣죽-녹두죽-콩죽-아욱죽-행인죽-밤죽-호두죽-보리죽-조죽-장국죽-구기죽류 그리고 각종 암죽과 미음류

5) 전골 : 전골-모듬납비 종류의 요리와 신선로 요리

6) 찌개 : 된장-고추장-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여러 가지 된장찌개, 고추장찌개-새우젓찌개류

7) 찜 ; 갈비찜-닭찜-생선찜-버섯찜 등의 각종찜류

8) 구이 ; 각종 불고기-생선구이-닭구이-염통구이-북어구이 등

9) 조림 : 생선조림-장조림-풋고추조림-돼지고기조림-닭고기조림 등

10) 볶음 : 쇠고기볶음-돼지고기볶음-닭고기볶음-양볶음-처녑볶음-송이볶음 등

11) 전유어 : 흰살의 생선-쇠고기-돼지고기를 비롯하여 애호박-풋고추-버섯-굴-낙지 및 각종 채소류의 전과 미나리-파의 초대 등

12) 산적 : 파산적-송이산적-닭산적-염통산적 등

13) 튀김 : 가지튀김-생선튀김-쇠고기튀김 등

14) 회 : 육회를 비롯하여 각종 생선회-굴회-조개회 잡회 등

15) 숙채 : 콩나물-박나물-취나물-무우 등의 나물류와 무침류

16) 포 : 육포-굴비-대구-가오리-북어-문어-홍합-해삼-조갯살-새우 등으로 만드는 건물

17) 편육 : 쇠머리-우설-양지머리-제육편육 등

18) 생-냉채 : 겨자채-호두냉채-실백냉채 등

19) 마른 반찬 : 염건어, 즉 각종 자반류와 그 밖에 콩자반-김-튀각-다시마-미역 등

20) 쌈 : 배추-상치-호박잎-깻잎-김쌈 등

21) 김치 : 통김치-보쌈김치-깍두기-짠지-동치미-풋김치-나박김치-오이김치-돌나무김치-돌나물김치-열무김치-총감김치 등

22) 장아찌 : 무우장아찌-무우말랭이장아찌-파장아찌-풋고추장아찌-오이장아찌-달래장아찌-마늘장아찌-미나리장아찌-전복장아찌-홍합장아찌 등의 각종 장아찌류

23) 젓갈 : 새우젓-게젓-조기젓-멸치젓-알젓-조개젓-명란젓-어리굴젓-창란젓-꼴뚜기젓 등

24) 떡 : 흰떡-찰떡-백설기-팥떡-녹두떡-무우떡-호박떡-밤떡-대추떡-감떡-쑥떡-서속떡-수수떡-인절미-송편-계피떡-빈대떡 등과 감종전병-단자-경단류

25) 과자 : 약과-약식류, 인삼정과-모과정과-생강정과-유자정과-연근정과 등, 대추초-밤초-조란-율란 등

26) 술 : 과실류의 술

27) 화채 : 복숭아화채-배화채-앵도화채-수단-보리수단-원소병-깨국-미시-콩국-배숙-수정과-식혜-송화수-향설고 등의 각종 화채류

28) 차 : 오미자차-국화차-매화차-포도차-인삼차-생강차 등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요리에 쓰이는 재료는 무척 많다. 다시 말해 들과 산, 강과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온갖 동식물들이 요리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초근목피와 산해진미라는 말이 있듯이 풀뿌리, 나무 열매에서부터 집에서 기르는 가축과 산짐승-새들, 그리고 크고 작은 민물고기와 바닷물고기-해조류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광범하다.

몇 년 전 나는 전국을 10단계로 나눠 지역별산업분포 및 사회기반시설현황을 직접조사하기 위해 전국을 일주한 적이 있다. 이때 각 지방마다 특색 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게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는 경북 포항의 과메기, 경북 안동의 헛제사밥, 경북 구미역전의 복어요리, 대구 들안길의 장터국밥, 경남 남해의 멸치회, 부산 역전의 장어구이, 전남 목포의 홍어회, 전북 부안의 대합죽, 충남 보은의 올갱이국, 경기도 이천의 막걸리, 강원도 춘천의 닭갈비 등 전국에는 미식가의 입맛을 당기게 하는 요리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처럼 다양하고 맛있는 한국음식을 더 한층 품격 있는 세계음식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엊그제 나는 귀한 손님과 함께 대구시 들안길먹자거리의 소문난 복어전문집에 들릴 기회가 있었다. 마침 이 집은 많은 돈을 투자해 한창 수리중이 있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식당분위기가 나를 무척 불편하게 했다. 음식은 그런대로 맛은 있었으나 복어전문집으로써 인테리어는 빵점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음식점에 갈 때는 단순히 밥만 먹기 위해 가지는 않는다. 편히 쉬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도하고, 지난 추억을 한번 회상도 하고, 또한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껏 가본 대다수 음식점경영자들의 수준은 국제기준에 비해 많이 뒤떨어짐을 보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이미지창조와 함께, 음식점마다 고유한 전통을 이어가지 않고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는 곳이 바로 요식업체의 생리임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벽지. 밥상, 숟가락, 젓가락, 에어컨, TV, 간판, 조명, 마루, 화장실의 디자인과 색깔, 종업원들의 위생, 의상, 친절 그리고 사소한 화장지의 선택까지 평소 경영자가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은 너무나도 많다.

이와 같이 평소 요식업종사자들의 자세와 노력이 어떠해야 하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나는 업무상으로 외국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꽤 유명한 음식점에 자주 찾는다. 그러나 우리 주위음식점들의 의식수준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참 많다. 그 한 예로, 물수건사용문제다. 개인적으로 될 수 있으면 물수건을 사용 안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손님들은 물수건으로 코도 닦고, 얼굴도 닦고, 심지어 구두도 닦는다. 이런 물수건으로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종업원들은 별다른 위생개념도 없이 방금 전 손님들이 사용한 밥상을 치우는데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시정할 것을 요구하면 대체로 퉁명스럽게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번이 처음이니..., 종업원이 몰라서 그랬니..., 1차로 대충 닦고 2차로 깨끗한 물수건으로 다시 닦는다느니... 등등 눈앞의 급한 불만 끄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온갖 핑계와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보고 과연 나와 함께 간 외국손님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하는 마음에 뒷맛이 영 개운치 못했다.

더욱이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해둔상태이다. 대구시의 슬로건이 뭔가? 아름다운 대구(beautiful daegu)가 아니었던가! 국내 어느 도시보다 도시이미지개선에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음식점들이 많은 것을 보니 대구시의 갈 길이 참 멀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글로벌화 되어버린 우리의 생활여건은 더 이상 거부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 스스로 국제수준을 선도해야 하는 시점임을 모두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숨 가쁘게 돌아가는 국제환경속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지구촌의 영원한 미아로 많은 나라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받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로 찌개종류를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각 지방을 여행하면서 각종찌개류를 먹어보면 맛깔스럽고 먹음직한 음식점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개인능력과 성향을 찬찬히 분석해보면, 대체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의식수준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음식의 종류와 서비스에 대한 차별화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특히, 음식점인테리어에 대한 개념과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파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반드시 서비스산업을 육성 ․ 발전시켜야 한다. 그 중에서도 요식산업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선진국수준의 요식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언론분야, 교육분야, 문화예술분야, 정치 행정분야를 비롯한 일반시민들의 감시와 협조가 절실하다.

예를 들면, 첫째 상표등록과 의장등록의 중요성문제 둘째, 종업원들의 위생개념과 서비스정신고취문제 셋째,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소품, 기자재의 올바른 선택방법교육문제 넷째, 실내외인테리어 및 조명효과에 대한 올바른 이해문제 등등 평소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세세히 고려하면서 국제대회와 세계인들에게 다가가려는 자세가 한층 요구된다 하겠다.

음식점의 규모에 관계없이 가게마다 자신들의 개성과 차별성을 무기로 고객들에게 다가간다면, 언젠가 우리의 요식업체들도 지구촌을 주름잡으며, 세계인들에게 크게 주목을 받게 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홍익인간(弘益人間 : 세상을 크게 이롭게 하는 민족이라는 뜻임)의 우수성과 세계의 일등국가로서 당당히 제몫을 다하는 위대한 민족으로 거듭 태어나길 기원도 해보고 싶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천이 잘 되고 있지 않는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임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만약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고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많은 돈을 쏟아 붇는다 해도 그 성과는 미미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식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언론의 역할과 책임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사회의 목탁이요! 변화의 리더인 언론이 깨어있지 아니하고는 한국의 요식업이 발전할 수 없으며, 변화를 싫어하는 요식업종사자들의 사고를 결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 언론인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지구촌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면서 우리들이 본받아 배울만한 소재거리를 많이 발굴 취재해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주는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중국경제문화연구소대표 윤 종 식
(중국 북경)중앙민족대대학원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