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의] 3월 중순 방송될 프로에 관해

  • 정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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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3-03 01:13
대구MBC에서 2005년 3월 2일 밤 11시경에 방송된 야구 전지훈련 프로그램에 관한 시청소감입니다. TBC는 3월 13일인가 방영 예정이라는데, 방송 제작에 참고가 될 사항이라 생각되어 이 글을 올립니다.

<<< 대구MBC... 전지훈련 관련 방송을 보고... >>>


- 전지훈련 방송 내용에 대한 소감이랄까 느끼는 바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 공중파 방송의 야구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도 포함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생각보다 실망입니다. 인터넷으로 시청하다가 보니 일부 못 본 장면도 있고 그런 점이 있었지만, 어쨌든 잘 봤습니다. 시청평을 하자면, TBC 아침방송에서 짧게 나마 해준 것에 비해서 시간적으로 길게 나열했을 뿐, '아... 뭔가 이뤄어지고 있구나.", "이 부분은 향상되고 있구나." 이런 느낌을 주지 못했습니다. 야구 관련 프로그램으로서의 전문성이 떨어어진,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로그램 내용도 선수들 인터뷰 위주로만 나와 있고, 야구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모습보다는 단편적인 처리에 그친 것 같습니다. 앞부분을 보면 일본에 대한 것이나 선동렬 감독의 개인적인 모습에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었다고 할까요? 그 분량이 거의 10분입니다. 나름대로 포지션별로 스타 선수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는 것은 괜찮았지만, 많은 선수들을 일일이 다 상대하다가 보니, 인터뷰 하느라 방송 시간의 거의 전부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핵심이 뭔지 놓친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만드시느라 방송인들의 노고가 크셨겠지만, 그냥 매년 그랬듯이 관행적인 방송에 머물러버린 것 같습니다.

전지훈련에 관한 방송이라는 것은 스토브리그부터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거리를 뽑아내고 그 부분이 잘 되고 있나 아닌가 혹은 어떤 변화가 있는가를 짚어가는데 흥미적 요소가 있습니다. 우선 내용을 잘 분류하지 못한 점이 아쉽구요. 요점에 맞게, 이슈거리를 잘 찾아내어서 프로그램이 짜여지지 못한 것 같아 또 아쉽습니다.

딱히 선수들의 폼의 변화나 팀 전체의 새로운 시도를 펼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묶어서 간단하게 처리하는 것이 더 좋았겠죠. 타자들도 마찬 가지구요. 임창용, 배영수, 김진웅, 권오준과 같은 투수들은 선발진이나 주축 투수 정도로 소개하면서 예상되는 포지션이나 보직을 이야기하면 되구요. 그리고, 방송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런 내용 속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들어가는 시도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그 예로 몇몇 주축 투수들이 지난 시즌 무리한 투구에 따른 부상 우려가 현재로서는 어떤 수준인지, 시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아니면 좀 더 휴식과 훈련이 필요한 것인지, 혹은 다 회복이 되었는지 그런 점들을 요점적으로 잘 집어내는 것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그래야 시청자이자, 야구팬은 속이 후련해지는 것이죠. 스포츠신문에서 보도된 내용과 별반 차별화된 것이 없는데, 뭐 그리 만족스러울까요?

신인이나 용병은 새로운 흥미거리이기도 하고, 전력의 변수가 될 수 있으니, 그런 점을 확실히 부각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카메라의 앵글을 잡는데도 투수의 경우에는 뒤쪽에서 한 번(포수도 보이게), 옆쪽에서 한 번(느린 화면으로 잡아주고)... 이렇게 전신이 다 나오게 해서 투구폼이 어떠한 지, 그런 폼에서 어떤 스타일, 어떤 구질의 피칭이 가능할 지 전달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그런 것에 투수코치나 해설자의 평가를 곁들인다면 더 좋았을 겁니다.

특히 팀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데, 얼마나 극복을 할려고 노력하는가? 그런 점을 집중 조명했어야 하지 않았나 그리 봅니다. 그런 예로 확실히 못 박을 만한 불펜 좌투수가 없다는 부분, 권혁의 보직(선발이냐 중간이냐), 박성훈, 백준영과 같은 신예좌투수들의 입지나 가능성, 혹은 전병호의 피칭 수준... 이런 내용을 감독이나 투수코치의 인터뷰를 통해 다뤘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백업 포수쪽도 자세하게 이야기가 있었으면 싶었구요.)

설령 보직이 미정이면, 미정인대로라도 인터뷰가 나가는 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팬들이 봐도 확실히 이 선수다라고 할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으니까요. 권혁이 좋은 유망주고, 나머지 선수들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인 걸 팬들도 알 거든요. 적어도 팬들이 요구하는 것은 코칭스텝의 생각이나 의중이 어떠한가라는 겁니다. 문자매체인 신문보다 영상매체인 방송이 같은 인터뷰를 했을 때에도 더 신뢰성이 강하다는 것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죠.

같은 맥락에서 타자는 잘 친 장면을 정면과 측면에서 한 번씩 처리해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측면에서는 느린 동작처리가 되면 더 좋겠구요. 그러면서 신인 타자로 주목받는 조영훈 같은 경우에는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안 된다는 것을 보다 흥미롭게 조명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타자나 혹은 팀 내 선배 선수인 박한이, 강동우와는 어떻게 다른 좌타자인지 설명할 수 있었다면 더 재미있었겠죠.

스포츠신문에 난 이야기 중에서도 흥미거리를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양준혁, 심정수와의 타격에 대한 대화가 기사에 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장면을 담아내거나 더불어 인터뷰로 싣는 것도 좋았겠죠. 서로 상대방의 장점이나 타격스타일에 대한 각자의 시각 같은 것 같은 거라도 말이죠.

선수에게로만 초점을 맞추면 사실 주어진 시간 안에 만족스러운 방송을 할 수 없습니다. 이번 방송과 같이 인터뷰하다가 다 끝나버리죠. 또, 같은 삼성 라이온즈팬들 사이에서도 이 선수가 좀 더 나오면 반갑고, 저 선수가 좀 덜 나오면 섭섭하고 그런 문제도 있으니까요. 팀 전체를 통해서 본 선수들... 그렇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야구라는 것 자체도 팀 경기니까...

뭐랄까 프로그램 자체가 야구팬의 입장이나 관심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야구매니아 정도면 멘트 없이 화면처리만 제대로 되어도 '아, 이 선수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거든요. 흔히 간과되는 전체 수비 장면들도 다양하게 넓게 잡아서 역동성을 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특히, 심정수, 박진만과 같은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내외야 중계 플레이 같은 것을 볼 수 있으면 더 재미있었을 겁니다. 그런 점은 영상매체만이 표현할 수 있는 함축적인 흥미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지 짧게나마 한 번 짚어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안 된 것은 사전 기획이나 구성에 있어서 전문화된 부분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차 언급하지만, 내용도 관행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구요. 게다가 이런 방송이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전지훈련 마치고 한 번, 시범경기 끝나고 한 번... 이렇게 연이어 방송을 해야 합니다. 전지훈련 때와 시범경기 때에 달라진 변화나 실제 팀 전체와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담아낼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냥 전지훈련 방송만 나오고 끝나는 것은 프로그램의 의미가 약합니다. 말 그대로 전훈하는 것만 찍은 것 밖에 안 되죠. 설마 전훈 그 자체를 찍는 것에만 의의를 두는 것은 아니겠죠? 보다 근원적인 프로그램의 목적을 본다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해당 팀에 대한 올 시즌 전망을 조명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전지훈련 방송이 나가고 후속편으로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모두 마친 뒤의 라이온즈 코칭스텝이 생각하는 상대팀에 대한 견해, 시즌 운영 그런 것들을 논의가 이어지면 더 자연스럽고 좋겠죠.

언론의 역할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있다면, 야구 관련 방송 프로그램은 야구팬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언론들의 야구 관련 방송 프로그램도 이런 점을 신경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吉道> 200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