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문화체험 박람회를 다녀와서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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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1-23 12:43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컨벤션 센터로 향했습니다.
집과 방향이 극과 극인지라 한 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갔습니다.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체험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그 생각 터무니없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시간이 필요 없더군요.
도대체 대구를 대표하는 방송국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주최하는 행사가 한마디로 기가 막히더군요.
많은 사람들을 혹 하게 광고했던 드라마 세트장을 보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지방이라고 하지만 그걸 진짜 세트장이라고 믿을만큼 어리숙하진 않습니다. 도대체 시민들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담당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입장료가 어른 8천원, 어린이 6천원입니다.
고궁이나 문화재 관람료와 비교해 무지 비싼 가격입니다.
비싼 걸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입장료는 알고 갔으니까요.
비싼만큼 정말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체험할 것이 있었다면 이렇게 억울하진 않을 겁니다.
온통 조잡한 민속품 난전과
구색 맞추기 위해 갖다 놓은 체험실습코너,
-그나마 일부는 또 돈을 내야만 체험이 가능한(입 아프다)-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바비인형전(그걸 '전'이라 붙인 분들 한번 보고싶다),
그리고 이름뿐인 세계 건축물 모형전-대구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그것보다는 잘 만들어 놓은 모형을 볼 수 있다-
그나마 관리가 허술해 여기저기 찢어지고 부서지고 참 민망할 따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걸 보려고 ㅜㅠ' 였습니다.
문제는 우리 일행 뿐만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주위에서 간다고 하면 말리고 싶습니다. 아니 말릴겁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다음부터 tbc에서 주최하거나 주관하는 곳에 안가면 되지'
하고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너무 기가 막혀 이곳까지 오게 되었네요.
다음부터 이런 어처구니없는 전시회는 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