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아파요!
-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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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6-22 11:16
제1탄 시각장애인, 아파요!
글쓴이 : 이재호
저는 평범한 시민으로써 특별하거나, 특이할 거 하나 없는 사람이며, 아주 평범한 의식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시각장애라고 하는 신체적 특성이 하나 있군요. 그래서 생활에서 다소 불편을 느낍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체적 콤플렉스겠죠?
저의 신체적 특성은 밖을 나다닐 때, 가장 불편을 줍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다니라고 잘 닦아 놓은 도로에 무슨 장해물이 그렇게 많습니까? 인도에 보면 돌덩어리나 쇠 덩어리 있는 거 보신 적 있으신가요? 길을 가다보면 그런 게 튀어 나와 있어 잘 부딪힙니다. 무릎이 까지고, 정강이가 까지고, 아까운 피를 볼 때도 있습니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흘리는 피도 아닌데, 왜 대중 앞에서 피를 흘려야합니까? 그렇게 흘릴 피라면 아예 헌혈이라도 실컷 할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알아보니 거리의 무기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그 물체의 명칭이 \'주차금지방지대(볼라드)\'라고 하더군요.
저는 \'볼라드\'의 문제점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보기 위해 이 글을 쓰기로 작정 했습니다. 만약 인도에 볼라드가 없으면 아무나 차를 주, 정차하게 되고, 많은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무지함에 혀를 내두르고 할 말 없어 침만 삼키고 있어야겠죠.
허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어떤 이건 민주 시민이기를 원하며, 민주주의 이념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 최고의 이념적 가치로 인정받고, 소수의 권리까지 보장하겠다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공감하시리라는 희망적 생각에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친구 여러 명이 하이킹을 갔습니다.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한쪽은 경치도 좋고, 지름길이지만 비포장이라 좀 험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별 구경할 거리도 없고 돌아가는 길이지만 도로포장이 잘 되어 있어 좋습니다. 다수의 친구들은 좀 험해도 경치가 좋고 빨리 가는 길로 가길 원합니다. 그런데 그 중 자전거 타는 게 좀 서툰 친구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하이킹을 같이 갔다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다수결에 따라 일단 험한 길로 가보겠습니까? 그 친구 인간성을 고려해서 결정하거나, 따로 가서 어디서 만나시겠다구요? 일단 그 친구의 인간성은 좋고, 같이 가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아마 좋은 친구들이었다면 한 친구를 위해서 밋밋하고 시간이 더 걸리는 길이지만 좋은 길로 가지 않았을까요?
가족 중에 개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성원이 있다면 나머지 다른 가족들이 아무리 개를 좋아하고 기르고 싶다고 하더라도 아마 절대 그 가정에서 개를 애완용으로 기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다수의 의견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의사 결정을 할 때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겠죠. 허나 결정의 내용에 따라 다소 유연성 있게 조정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다수의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는 일인데 소수가 이익을 얻기 위해 실행되는 일은 절대 있어서 안 되는 겁니다.(사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여 문제지만 말이죠.)
오늘은 제가 좀 바쁘고 여러분들의 눈도 피곤하실 거란 생각에 이만 줄입니다.
제 2탄 시각장애인의 걸음을 가로막는 거리의 무기(볼라드)
잠시 휴식을 하셨습니까? 그럼 또 시작하려고 합니다.
인도에 불법으로 주 정차하는 건 사실 정말 문제입니다. 저 역시도 많이 불편하니까 말입니다. 그렇지만 꼭 그런 형태(볼라드)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군요. 보행에 장해가 되지 않도록 다른 형태로 주정차를 못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볼라드\'가 제대로 적절히 설치되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더군요. 무조건적인 설치가 대책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면 행단보도 앞에 점자블록과 볼라드 너댓개가 연이어 설치된 경우가 그런 거겠죠. 그런 건 저 같은 시각장애인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의 보행자들에게도 불편을 줄 것입니다. 본래의 설치 목적과는 달리 보행의 장해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들었던 예는 이런 측면에서 \'볼라드\'의 문제와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어떤 쪽이 좀 양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개념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부분이니까 말이죠. 생각의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네요. 상대적 소수이지만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분명 불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등록 시각장애인 수만 봐도 약 17만여명(2005년 3월 말 기준), 그리고 미등록 시각장애인 수를 추정하면 이보다 더 많겠죠. 적지 않은 수입니다. 그리고 몇 차례 \'볼라드\'를 제거해달라는 요구를 관계 기관에 건의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불편함에 대해 이해를 얻어내지 못한 것인지, 아님 소수의 문제까지 신경을 쓰실 시간이 없으신지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서 있는 거리의 무기는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편의 시설에 관련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물리적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볼라드\'와 같은 것들이 아직 거리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제거해 달라는 건의를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 좀 아이러닉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볼라드 제거를 요구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셨나요?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제3탄 이동권 방해하는 볼라드 제거에 앞장서 주세요!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전 심청전에 나오는 심청이의 아버지 심학규님을 무척 싫어합니다. 직업이 없이 무능력하고 수동적인 그의 모습이 많은 대중에게 시각장애인의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가족관계 형성의 파괴와 자원봉사자의 그릇된 활용 특히 이 글과 관련하여 밖에 혼자 나갔다가 물에 빠지는 장면은 참 한심스럽죠. 자신이 사는 동네라면 늘 다니던 길일 것이고, 그렇다면 길의 형태를 다 파악하였을텐데, 그리고 물소리가 들렸을 텐데 왜 하필이면 물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시각장애인은 단지 불편하지, 무능하지는 않습니다. 보행도 주위환경을 개선한다면 편하게 혼자서 얼마든지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볼라드는 개울물처럼, 위치를 파악할 만큼 크지도 않고, 소리도 나지 않는군요. 거리의 무기 \'볼라드\'에 부딪쳤을 땐, 마치 내가 심학규님 같지는 않은지, 피가 나서 아픈 것보다 부끄러움이 절 괴롭힙니다.
이런 볼라드 설치에 대하여 행정당국에 문제를 제기한 바 도로교통법상 일정규모의 인도 또는 횡단보도에는 주차금지를 위하여 볼라드를 설치하도록 되어있어 제거는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비장애인들이 인도에 불법주차를 하여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하겠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이 불편하기에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은 볼라드 제거는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소수이기에 참고 살아가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소수이기에 다수를 위해 희생하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만 시각장애인의 이동권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는바 좋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함께 고민하여 볼라드 밖에는 주차금지 대안이 없는지...
볼라드 한 곳을 설치하려면 수 십 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또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여러 곳에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여러 곳에 넘어져 잠을 자고 있거나 제 자리를 이탈하여 거리의 흉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많이들 보고 구경하실 것입니다. 또 하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설치된 편의시설인 점자블럭 앞에도 넌지시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일이 우리 주위에서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준법정신이 자리 잡히면 어느 누구가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차를 댈 것이며 그 인도로 차량을 주행하겠습니까? 복잡 다양한 세상은 할 일도 많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여 불편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시각장애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일반인도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서로를 생각한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이런 글 또한 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불편하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우리 모두는 생각을 바꾸어 보세요!
오늘 저녁 퇴근 길에는 \'볼라드\'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색시걸음으로 걸어야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의
경북점자도서관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1동 33-206번지(우: 790-838)
전화: 054)277-2998~9
팩스: 054)277-2993
E-mail: bunzi@hanmail.net
홈페이지: www.braillekorea.or.kr
글쓴이 : 이재호
저는 평범한 시민으로써 특별하거나, 특이할 거 하나 없는 사람이며, 아주 평범한 의식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시각장애라고 하는 신체적 특성이 하나 있군요. 그래서 생활에서 다소 불편을 느낍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체적 콤플렉스겠죠?
저의 신체적 특성은 밖을 나다닐 때, 가장 불편을 줍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다니라고 잘 닦아 놓은 도로에 무슨 장해물이 그렇게 많습니까? 인도에 보면 돌덩어리나 쇠 덩어리 있는 거 보신 적 있으신가요? 길을 가다보면 그런 게 튀어 나와 있어 잘 부딪힙니다. 무릎이 까지고, 정강이가 까지고, 아까운 피를 볼 때도 있습니다.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흘리는 피도 아닌데, 왜 대중 앞에서 피를 흘려야합니까? 그렇게 흘릴 피라면 아예 헌혈이라도 실컷 할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알아보니 거리의 무기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그 물체의 명칭이 \'주차금지방지대(볼라드)\'라고 하더군요.
저는 \'볼라드\'의 문제점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보기 위해 이 글을 쓰기로 작정 했습니다. 만약 인도에 볼라드가 없으면 아무나 차를 주, 정차하게 되고, 많은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무지함에 혀를 내두르고 할 말 없어 침만 삼키고 있어야겠죠.
허나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고, 어떤 이건 민주 시민이기를 원하며, 민주주의 이념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 최고의 이념적 가치로 인정받고, 소수의 권리까지 보장하겠다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공감하시리라는 희망적 생각에 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친구 여러 명이 하이킹을 갔습니다.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한쪽은 경치도 좋고, 지름길이지만 비포장이라 좀 험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별 구경할 거리도 없고 돌아가는 길이지만 도로포장이 잘 되어 있어 좋습니다. 다수의 친구들은 좀 험해도 경치가 좋고 빨리 가는 길로 가길 원합니다. 그런데 그 중 자전거 타는 게 좀 서툰 친구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하이킹을 같이 갔다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다수결에 따라 일단 험한 길로 가보겠습니까? 그 친구 인간성을 고려해서 결정하거나, 따로 가서 어디서 만나시겠다구요? 일단 그 친구의 인간성은 좋고, 같이 가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아마 좋은 친구들이었다면 한 친구를 위해서 밋밋하고 시간이 더 걸리는 길이지만 좋은 길로 가지 않았을까요?
가족 중에 개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는 성원이 있다면 나머지 다른 가족들이 아무리 개를 좋아하고 기르고 싶다고 하더라도 아마 절대 그 가정에서 개를 애완용으로 기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다수의 의견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의사 결정을 할 때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겠죠. 허나 결정의 내용에 따라 다소 유연성 있게 조정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다수의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는 일인데 소수가 이익을 얻기 위해 실행되는 일은 절대 있어서 안 되는 겁니다.(사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여 문제지만 말이죠.)
오늘은 제가 좀 바쁘고 여러분들의 눈도 피곤하실 거란 생각에 이만 줄입니다.
제 2탄 시각장애인의 걸음을 가로막는 거리의 무기(볼라드)
잠시 휴식을 하셨습니까? 그럼 또 시작하려고 합니다.
인도에 불법으로 주 정차하는 건 사실 정말 문제입니다. 저 역시도 많이 불편하니까 말입니다. 그렇지만 꼭 그런 형태(볼라드)여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군요. 보행에 장해가 되지 않도록 다른 형태로 주정차를 못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볼라드\'가 제대로 적절히 설치되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더군요. 무조건적인 설치가 대책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면 행단보도 앞에 점자블록과 볼라드 너댓개가 연이어 설치된 경우가 그런 거겠죠. 그런 건 저 같은 시각장애인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의 보행자들에게도 불편을 줄 것입니다. 본래의 설치 목적과는 달리 보행의 장해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들었던 예는 이런 측면에서 \'볼라드\'의 문제와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어떤 쪽이 좀 양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개념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부분이니까 말이죠. 생각의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네요. 상대적 소수이지만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분명 불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등록 시각장애인 수만 봐도 약 17만여명(2005년 3월 말 기준), 그리고 미등록 시각장애인 수를 추정하면 이보다 더 많겠죠. 적지 않은 수입니다. 그리고 몇 차례 \'볼라드\'를 제거해달라는 요구를 관계 기관에 건의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불편함에 대해 이해를 얻어내지 못한 것인지, 아님 소수의 문제까지 신경을 쓰실 시간이 없으신지 요지부동으로 버티고 서 있는 거리의 무기는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편의 시설에 관련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물리적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볼라드\'와 같은 것들이 아직 거리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제거해 달라는 건의를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 좀 아이러닉하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볼라드 제거를 요구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셨나요?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제3탄 이동권 방해하는 볼라드 제거에 앞장서 주세요!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전 심청전에 나오는 심청이의 아버지 심학규님을 무척 싫어합니다. 직업이 없이 무능력하고 수동적인 그의 모습이 많은 대중에게 시각장애인의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가족관계 형성의 파괴와 자원봉사자의 그릇된 활용 특히 이 글과 관련하여 밖에 혼자 나갔다가 물에 빠지는 장면은 참 한심스럽죠. 자신이 사는 동네라면 늘 다니던 길일 것이고, 그렇다면 길의 형태를 다 파악하였을텐데, 그리고 물소리가 들렸을 텐데 왜 하필이면 물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시각장애인은 단지 불편하지, 무능하지는 않습니다. 보행도 주위환경을 개선한다면 편하게 혼자서 얼마든지 다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볼라드는 개울물처럼, 위치를 파악할 만큼 크지도 않고, 소리도 나지 않는군요. 거리의 무기 \'볼라드\'에 부딪쳤을 땐, 마치 내가 심학규님 같지는 않은지, 피가 나서 아픈 것보다 부끄러움이 절 괴롭힙니다.
이런 볼라드 설치에 대하여 행정당국에 문제를 제기한 바 도로교통법상 일정규모의 인도 또는 횡단보도에는 주차금지를 위하여 볼라드를 설치하도록 되어있어 제거는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비장애인들이 인도에 불법주차를 하여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하겠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이 불편하기에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은 볼라드 제거는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소수이기에 참고 살아가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소수이기에 다수를 위해 희생하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만 시각장애인의 이동권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는바 좋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함께 고민하여 볼라드 밖에는 주차금지 대안이 없는지...
볼라드 한 곳을 설치하려면 수 십 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또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여러 곳에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여러 곳에 넘어져 잠을 자고 있거나 제 자리를 이탈하여 거리의 흉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많이들 보고 구경하실 것입니다. 또 하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설치된 편의시설인 점자블럭 앞에도 넌지시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되는 일이 우리 주위에서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준법정신이 자리 잡히면 어느 누구가 사람이 다니는 인도에 차를 댈 것이며 그 인도로 차량을 주행하겠습니까? 복잡 다양한 세상은 할 일도 많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여 불편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시각장애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일반인도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서로를 생각한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이런 글 또한 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불편하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우리 모두는 생각을 바꾸어 보세요!
오늘 저녁 퇴근 길에는 \'볼라드\'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색시걸음으로 걸어야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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