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방폐장의 필요성

  • 이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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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8-21 06:14
우리나라는 대표적 자원빈국으로 에너지 자원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발전원 다원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의 경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발전원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리, 영광, 울진, 월성 등 4개 지역 원자력발전소에서 총20기가 가동중이며 용량은 1천771만6천kW에 이른다. 지난 2003년의 경우 우리나라 총 전력생산량 3천82억kWh의 40.2%인 1천233억kWh를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했다.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원자력 시설에서 나오는 사용후 연료(고준위)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영구처분할 것인지 재처리 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정책이 결정돼 있지않다.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일본 등지에서는 이를 재처리 해 또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핵무기 생산가능성과 맞닿아 있는 문제여서 정책을 결정하기가 쉽진 않다.
이같은 고준위의 방사성폐기물은 작년말 현재 7천286t을 발전소에 임시저장 중이지만 국가 방사성폐기물 관리대책에 따라 예상 포화년도인 오는 2016년까지 2천t 규모의 중간 저장시설을 건설한다는 잠정적 계획이 정해져 있다.
이 고준위의 사용 후 연료보다 더급한 것은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원자력발전소와 병원, 산업체 등지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폐기물은 현재 4개 원자력발전소 부지내 임시저장시설과 대전의 한국수력원자력(주) 원자력환경기술원 내 임시 저장시설에 임시 저장중이다.
이들 임시저장소에 보관 중인 중저준위 폐기물은 작년말 현재 총6만9천459드럼(드럼당 200리터)에 이른다. 10만9천200드럼 정도가 총 저장용량임을 감안하면 포화시점이 가깝다는 말이 된다. 이는 전체 용량을 합산한 것이고 발전소별로 임시저장 시설을 체크하면 사정은 더욱 급해진다.
6기가 가동중인 울진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1만7천400드럼 용량 중 이미 1만3천445드럼이 저장돼 오는 2008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월성원자력발전소 역시 2009년, 대전 환경기술원 저장소도 2010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영광 2012년, 고리 2014년 등 모든 임시저장시설은 빠르면 2~3년 내에, 늦어도 9년 안에는 포화상태를 맞게 된다.
최근에는 병원이나 산업체 등의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량이 이용 증가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임시저장시설은 임시 저장을 위한 곳일 뿐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아무리 방사능 세기가 미약하다 하더라도 역시 안전하게 보관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지난 86년도부터 10년동안 다섯차례에 걸쳐 안면도와 굴업도 등지에서 부지 확보를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 지난 2003년 영광, 울진 등지를 후보부지로선정, 발표했지만 이 역시 실패하고 참여정부가 출범 한 이후 부안 지역이 지자체 자율신청방식에 의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이곳마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물론 당시까지만 해도 방폐장이고준위 방폐장이 될 것인지, 저준위방폐장일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설명조차 없었다. 방폐장 건설은 너무나 시급한 문제지만, 급하다고 투명한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난 20년간의 부지선정 실패에서 얻은 교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