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용 논란> 보도관련 설명 드립니다.
- 보도본부 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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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2-08 17:23
안녕하십니까 ?
저는 TBC 보도본부의 대구지방경찰청 출입 기자입니다. 언론사에서
흔히 부르는 ‘시경캡’을 맡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박영훈 기자처럼
각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후배인 박영훈 기자의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 주신데 대해 조금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입니다.
먼저 여러분들의 이런 의견들이 고생하는 경찰관과 그 가족들,
그리고 저희 TBC와 박영훈 기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다소 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 분들의 말씀처럼 어떤 경우에도 법은 지켜져야 하고, 그 법을
지키기 위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필요한 공권력은 충분히 사용되어야
합니다. 또 범법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벌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 경찰서를 출입하는 저희 사건 기자들은 경찰관들의 애환과 어려움을 많이 보게 되고, 특히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공권력을
접하며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잡혀온 범죄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우리가 더 분개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그 상황에서 경찰의 총기
사용이 뭐 잘못 됐냐?’부터 심지어 ‘그냥 쏴 죽이지’ 하는 등의
다소 일방적인 의견을 올린 걸 보고, 이해를 도와 드리려고 짧은
리포트를 통해 다 전하지 못한 보도 배경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여러분들이 지적하고 있는 박영훈 기자의 보도 내용(SBS 방송)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나는 승용차에 경찰관들이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경찰관이 쏜 실탄에 차에 타고 있던 여고생이 맞아 다쳤는데
총기를 과잉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구방송 박영훈 기잡니다.
<기자>
어젯밤 10시 10분 쯤 대구 도심에서 신호를 위반한 뒤 달아나는 승용차와 경찰 승용차의 추격전이 1킬로미터 가량 진행됐습니다.
승용차가 신호 대기중이던 차량들에 막혀 멈춰선 뒤
경찰관 3명이 둘러싸고 검문에 나서자 승용차는
38살 하 모 경장을 보닛에 매단 채 주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 경장 등 경찰관 2명이 공포탄 2발과
실탄 6발 등 8발의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인터뷰/수사과장>
\"매달려 가다. 차량을 정지시키기 위해..\"
<브릿지>
\"하 경장이 쏜 실탄 2발은 모두 차량 앞 유리를 뚫고 들어갔고 이 가운데 한 발에 승용차에 타고 있던 김양이 오른쪽 어깨부분을 맞았습니다.\"
차 안에는 어깨 찰과상을 입은 16살 김 모양을 비롯해
운전자 19살 오 모 군 등 10대 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달아났다 오늘 오후 경찰에 붙잡힌 오 군은
무면허 운전을 해 무서워 달아났다고 말했습니다.
<씽크/피의자>
\"무서워서 도망갔다. 무면허.\"
한 밤의 질주와 권총발사,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빚어진 사건치고는 너무도 아찔한 결과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습니다. 
보시는 대로 기자 보도에서는 그 당시 일어났던 일을 감정이입 없이
건조한 표현 방식으로 그대로 옮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기사의 기본인 사실(Fact) 위주의 보도입니다.
경찰관을 매도하거나 고의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럴 의도나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리고 앵커 멘트에서 ‘총기 과잉 사용 논란’ 언급은,
지금 그 부분에 대한 논란이 경찰 내부에서도 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는 저희 기자들(TBC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들처럼 ‘광란의 질주’를 하며
법규를 위반하고 달아나다 검문에 불응하고 경찰관을 매단 채 위험하게
도주하는 차량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총기 사용은 무리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사로 가볍게 취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계속
되면서 처음 경찰의 설명과 다른 부분들이 하나 둘씩 밝혀졌습니다.
물론 경찰 또한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거나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건 개요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2월 6일(화) 밤 10시 10분쯤 19살 오 모 군이 여자 친구와 그 친구 등
3명을 태우고 차를 몰고 가다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 신호에 걸려
멈춰 있다 미처 신호가 바뀌기 전에 지나갔습니다. 종종 있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교통 법규를 위반한 것이었고, 그래서 마침 부근을 지나던 순찰차가 발견해 단속하러 갔습니다. 그러자 면허가 없던(도주하게 된
이유, 검거된 뒤에 확인) 오 군이 겁이 나 그대로 달아났고,
경찰은 스티커를 발부하기 위해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긴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1킬로미터 정도 가던 오 군의 차량이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리자
다른 차량들과 함께 멈춰 섰습니다. 이 때 경찰관들이 오 군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앞에 있던 차량 운전자에게 신호가 바뀌더라도 출발하지
말라고 부탁한 뒤, 오군 차량 뒤와 좌,우 앞문에 서서 검문하려했습니다.
그러나 오 군이 이에 응하지 않은 채 달아나려고 앞의 차를 피해
오른쪽 옆 차선으로 비키자, 우측 앞문에 서 있던 하 모 경장이 자연스레 차량 우측 보닛에 올라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하 경장은 차량을
멈추기 위해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을 잇따라 쏘았고, 하 경장은 차가
지그재그로 움직이자 차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뒤에 있던
다른 경찰관도 공포탄 1발과 실탄 4발을 발사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경찰이 밝힌 내용은, 용의 차량이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나자 뒤에 있던 경찰관이 차량 뒷바퀴를 향해 5발을 발사했고, 20미터 정도
차에 매달려 가던 하 경장도 차에서 떨어진 뒤에 차를 향해 총을 3발
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하 경장이 보닛에 매달린 채 총을
쏘긴 했지만, 공중을 향해 위협 사격을 했다고 내용을 정정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용의 차량을 찾아 살펴보니 공포탄과 실탄 3발 모두
차량 앞 유리 가운데를 향한 탄흔이 확인 됐습니다. 더구나 하 경장이
총을 쏠 당시는 오 군의 차량이 질주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또, 그랬다면 차에 매달려 있던 하 경장이 한 손으로만 차를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총을 뽑기 어려웠으리라 판단됩니다.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된 기자들도 의견을 나누며 상황 판단을 했습니다.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려했기 때문에 혹시 중대 범죄 용의 차량 일 수도 있고, 더구나 경찰관이 차에 매달렸으니 방어를 위한 총기 사용은 정당
하다는 생각들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 군은 현행 강력 범죄자가 아니었고, 또 도심에서 광란의
질주를 한 것이 아니라 보행자 신호를 지키지 않은 단순 법규 위반자로
적발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대 범죄자였다면 1킬로미터 정도
가다가 다음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멈춰 서지 않고 어떻게든 그대로
달아났으리라 판단됐습니다.
그래서 차량 앞 유리창 바로 앞에서 차안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차에 매달려 있다 보니 실수로 1발쯤 차 안으로 들어가
그 여고생이 맞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들도 오갔습니다.
하지만 3발 모두 차량 안을 향한 것을 확인 한 뒤에는, 단순한 실수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당시 차량 안에는 4명이 타고 있어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어쨌든 차에서 떨어진 하 경장을 비롯해 많이 다친 사람이 없었던 것은 큰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그것은 어디 까지나 신변을 보호하고 저항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상대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살상 의도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데는 여러분들도 동감
하리라 봅니다. 더구나 총기 소유가 자유롭고, 이를 이용한 강력 범죄가 난무해 경찰관들의 생명이 자주 위협받는 미국 등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그래서 경찰 조직에서도 총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또 사용할 경우라도 대퇴부 아래쪽을 조준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으로 저희 TBC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은, 당시 경찰관의 순간적인 판단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정황을 고려하더라도 과잉 대응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는 기사를 내보내게 된 것입니다.
용의 차량을 따라가던 경찰관들이 기본적인 차량 번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이나, 도주 차량을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순찰차 긴급 배치 시스템(IDS)\'을 활용 했다면서도 용의 차량을 잡지 못한 문제 등은 이번 논의와 거리가 있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매일 경찰서를 출입하며 경찰관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저희 사건 기자들은 고의나 악의적으로 경찰을 비난하는 기사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분들이 어려운 환경과 격무에서도 사회 질서와 안녕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보도와
관련해서도 많은 기자들이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며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또 무엇보다 공익과 국가 공권력을 지키려 하고, 범죄에 대한 응분의
징계를 원하는 데는 여러분들과 저희 기자들 사이에 아무런 괴리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박영훈 기자를 지켜봐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근 ‘국립 대학
교수 채용 비리’ 보도를 비롯해 자신이 곤란한 상황이 될 줄 알면서도
어렵게 사회 비리 관련 자료를 입수해 보도하는 등 공익을 위한 기사를
많이 써왔습니다. 다른 기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로, 자기 위치에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기 사용 과잉 대응 논란에 대해 더 강도 높게 지적한 다른
언론사들보다 저희 TBC에 많은 의견들을 보내주신 것은 그만큼 저희
방송을 많이 봐주시고 애정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TBC 보도본부의 대구지방경찰청 출입 기자입니다. 언론사에서
흔히 부르는 ‘시경캡’을 맡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박영훈 기자처럼
각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들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은 후배인 박영훈 기자의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의견을 보내 주신데 대해 조금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입니다.
먼저 여러분들의 이런 의견들이 고생하는 경찰관과 그 가족들,
그리고 저희 TBC와 박영훈 기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런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다소 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 분들의 말씀처럼 어떤 경우에도 법은 지켜져야 하고, 그 법을
지키기 위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필요한 공권력은 충분히 사용되어야
합니다. 또 범법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에 합당한 벌이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 경찰서를 출입하는 저희 사건 기자들은 경찰관들의 애환과 어려움을 많이 보게 되고, 특히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공권력을
접하며 안타까움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잡혀온 범죄자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우리가 더 분개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도와 관련해 많은 분들이 ‘그 상황에서 경찰의 총기
사용이 뭐 잘못 됐냐?’부터 심지어 ‘그냥 쏴 죽이지’ 하는 등의
다소 일방적인 의견을 올린 걸 보고, 이해를 도와 드리려고 짧은
리포트를 통해 다 전하지 못한 보도 배경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여러분들이 지적하고 있는 박영훈 기자의 보도 내용(SBS 방송)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나는 승용차에 경찰관들이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경찰관이 쏜 실탄에 차에 타고 있던 여고생이 맞아 다쳤는데
총기를 과잉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구방송 박영훈 기잡니다.
<기자>
어젯밤 10시 10분 쯤 대구 도심에서 신호를 위반한 뒤 달아나는 승용차와 경찰 승용차의 추격전이 1킬로미터 가량 진행됐습니다.
승용차가 신호 대기중이던 차량들에 막혀 멈춰선 뒤
경찰관 3명이 둘러싸고 검문에 나서자 승용차는
38살 하 모 경장을 보닛에 매단 채 주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 경장 등 경찰관 2명이 공포탄 2발과
실탄 6발 등 8발의 권총을 발사했습니다.
<인터뷰/수사과장>
\"매달려 가다. 차량을 정지시키기 위해..\"
<브릿지>
\"하 경장이 쏜 실탄 2발은 모두 차량 앞 유리를 뚫고 들어갔고 이 가운데 한 발에 승용차에 타고 있던 김양이 오른쪽 어깨부분을 맞았습니다.\"
차 안에는 어깨 찰과상을 입은 16살 김 모양을 비롯해
운전자 19살 오 모 군 등 10대 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대로 달아났다 오늘 오후 경찰에 붙잡힌 오 군은
무면허 운전을 해 무서워 달아났다고 말했습니다.
<씽크/피의자>
\"무서워서 도망갔다. 무면허.\"
한 밤의 질주와 권총발사,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빚어진 사건치고는 너무도 아찔한 결과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습니다. 
보시는 대로 기자 보도에서는 그 당시 일어났던 일을 감정이입 없이
건조한 표현 방식으로 그대로 옮겼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기사의 기본인 사실(Fact) 위주의 보도입니다.
경찰관을 매도하거나 고의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은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럴 의도나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리고 앵커 멘트에서 ‘총기 과잉 사용 논란’ 언급은,
지금 그 부분에 대한 논란이 경찰 내부에서도 일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는 저희 기자들(TBC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들처럼 ‘광란의 질주’를 하며
법규를 위반하고 달아나다 검문에 불응하고 경찰관을 매단 채 위험하게
도주하는 차량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총기 사용은 무리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사로 가볍게 취급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계속
되면서 처음 경찰의 설명과 다른 부분들이 하나 둘씩 밝혀졌습니다.
물론 경찰 또한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거나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건 개요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2월 6일(화) 밤 10시 10분쯤 19살 오 모 군이 여자 친구와 그 친구 등
3명을 태우고 차를 몰고 가다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 신호에 걸려
멈춰 있다 미처 신호가 바뀌기 전에 지나갔습니다. 종종 있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교통 법규를 위반한 것이었고, 그래서 마침 부근을 지나던 순찰차가 발견해 단속하러 갔습니다. 그러자 면허가 없던(도주하게 된
이유, 검거된 뒤에 확인) 오 군이 겁이 나 그대로 달아났고,
경찰은 스티커를 발부하기 위해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긴박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1킬로미터 정도 가던 오 군의 차량이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리자
다른 차량들과 함께 멈춰 섰습니다. 이 때 경찰관들이 오 군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앞에 있던 차량 운전자에게 신호가 바뀌더라도 출발하지
말라고 부탁한 뒤, 오군 차량 뒤와 좌,우 앞문에 서서 검문하려했습니다.
그러나 오 군이 이에 응하지 않은 채 달아나려고 앞의 차를 피해
오른쪽 옆 차선으로 비키자, 우측 앞문에 서 있던 하 모 경장이 자연스레 차량 우측 보닛에 올라가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하 경장은 차량을
멈추기 위해 공포탄 1발과 실탄 2발을 잇따라 쏘았고, 하 경장은 차가
지그재그로 움직이자 차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뒤에 있던
다른 경찰관도 공포탄 1발과 실탄 4발을 발사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경찰이 밝힌 내용은, 용의 차량이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나자 뒤에 있던 경찰관이 차량 뒷바퀴를 향해 5발을 발사했고, 20미터 정도
차에 매달려 가던 하 경장도 차에서 떨어진 뒤에 차를 향해 총을 3발
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하 경장이 보닛에 매달린 채 총을
쏘긴 했지만, 공중을 향해 위협 사격을 했다고 내용을 정정했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용의 차량을 찾아 살펴보니 공포탄과 실탄 3발 모두
차량 앞 유리 가운데를 향한 탄흔이 확인 됐습니다. 더구나 하 경장이
총을 쏠 당시는 오 군의 차량이 질주하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또, 그랬다면 차에 매달려 있던 하 경장이 한 손으로만 차를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총을 뽑기 어려웠으리라 판단됩니다.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된 기자들도 의견을 나누며 상황 판단을 했습니다.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려했기 때문에 혹시 중대 범죄 용의 차량 일 수도 있고, 더구나 경찰관이 차에 매달렸으니 방어를 위한 총기 사용은 정당
하다는 생각들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 군은 현행 강력 범죄자가 아니었고, 또 도심에서 광란의
질주를 한 것이 아니라 보행자 신호를 지키지 않은 단순 법규 위반자로
적발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중대 범죄자였다면 1킬로미터 정도
가다가 다음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멈춰 서지 않고 어떻게든 그대로
달아났으리라 판단됐습니다.
그래서 차량 앞 유리창 바로 앞에서 차안을 향해 총을 발사한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차에 매달려 있다 보니 실수로 1발쯤 차 안으로 들어가
그 여고생이 맞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들도 오갔습니다.
하지만 3발 모두 차량 안을 향한 것을 확인 한 뒤에는, 단순한 실수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졌습니다. 당시 차량 안에는 4명이 타고 있어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어쨌든 차에서 떨어진 하 경장을 비롯해 많이 다친 사람이 없었던 것은 큰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그것은 어디 까지나 신변을 보호하고 저항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어야지 상대의 목숨을
빼앗기 위한 살상 의도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데는 여러분들도 동감
하리라 봅니다. 더구나 총기 소유가 자유롭고, 이를 이용한 강력 범죄가 난무해 경찰관들의 생명이 자주 위협받는 미국 등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그래서 경찰 조직에서도 총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또 사용할 경우라도 대퇴부 아래쪽을 조준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으로 저희 TBC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은, 당시 경찰관의 순간적인 판단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정황을 고려하더라도 과잉 대응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는 기사를 내보내게 된 것입니다.
용의 차량을 따라가던 경찰관들이 기본적인 차량 번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이나, 도주 차량을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순찰차 긴급 배치 시스템(IDS)\'을 활용 했다면서도 용의 차량을 잡지 못한 문제 등은 이번 논의와 거리가 있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매일 경찰서를 출입하며 경찰관들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저희 사건 기자들은 고의나 악의적으로 경찰을 비난하는 기사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분들이 어려운 환경과 격무에서도 사회 질서와 안녕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보도와
관련해서도 많은 기자들이 함께 의논하고 고민하며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또 무엇보다 공익과 국가 공권력을 지키려 하고, 범죄에 대한 응분의
징계를 원하는 데는 여러분들과 저희 기자들 사이에 아무런 괴리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박영훈 기자를 지켜봐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근 ‘국립 대학
교수 채용 비리’ 보도를 비롯해 자신이 곤란한 상황이 될 줄 알면서도
어렵게 사회 비리 관련 자료를 입수해 보도하는 등 공익을 위한 기사를
많이 써왔습니다. 다른 기자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로, 자기 위치에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기 사용 과잉 대응 논란에 대해 더 강도 높게 지적한 다른
언론사들보다 저희 TBC에 많은 의견들을 보내주신 것은 그만큼 저희
방송을 많이 봐주시고 애정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