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목사님

  • 이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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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0 14:02
겨울이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골목길 한 어귀에 자리 잡고 있는 붕어빵 행상.
막 구운 따끈 따끈한 붕어빵을 먹을 때면 세상이 모두 내것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붕어빵이 군 부대에도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공군의 한 부대에서 군대 목사님이 붕어빵 틀과 반죽통을 들고 다니며 직접 붕어빵을 구워 병사들에게 나눠 주고 있단다.
그래서 병사들 사이에서 이 군목은 \'붕어빵 목사님\'으로 통한다고....

이 목사님이 붕어빵을 굽기 시작한 것은 병사로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친 뒤 군종장교로 다시 군 생활을 하기 시작한 2002년부터인데, 아마 사병으로 군 생활을 하면서 병사들이 야간근무를 할 때 허기짐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 듯 하다. 그래서 그는 부대 내 야간훈련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붕어빵 틀과 반죽통을 승합차에 싣고 기지 내 초소와 행사장을 오가며 따뜻한 붕어빵을 손수 만들어 병사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병사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알고,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자세.
이는 진정한 지휘관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백 마디의 설교보다는 한 개의 빵이 병사들에게 더 소중한 양식임을 알고 이를 실천할 줄 아는 그 목사님이야말로 진정한 성자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올 겨울 붕어빵 목사님이 있는 그 부대는 어느 해보다도 더 따뜻한 겨울을 날 것 같아 이를 지켜보는 우리도 마음이 훈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