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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가루에 파묻힌 마을...일상 복귀 지침 '전무'
남효주 기자 사진
남효주 기자 (hyoju3333@tbc.co.kr)
2025년 04월 16일 2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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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북 북부지역 산불이 꺼진 지 벌써 3주가 다 돼 가지만, 피해 현장에서는 여전히 잿가루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집에 머물러도 괜찮은 건지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많은데요.

대형 산불 이후 일상 복귀 지침 하나 없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대형산불 기획보도,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남효주 기자가 끝나지 않은 산불 피해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산불이 덮친 의성군 구계2리.

장독대 뚜껑을 열어보니 장을 감싸고 있던 하얀 면포가 거뭇거뭇하게 변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쓸고 닦아도 거실 바닥에서는 검은 가루가 연신 묻어 나옵니다.

산불이 꺼진 지 벌써 3주가 다 돼 가는데도 사정이 이렇습니다.

[김정자/ 의성군 구계2리 “자꾸 틈으로 들어오는 모양이야. (청소) 계속 하지. 계속 하고 애들 와서 장롱하고 다 닦고, 안에도 다 닦고 이불 다 꺼내고 했어. 다 해도 안 돼.”]

환기를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집안에 배긴 탄내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김정자/ 의성군 구계2리 “없어요. 안내받은 것도 없고. 시내 보건소에서 일하는데 거기는 세제 풀어서 바닥을 다 닦았거든요. 나도 한 번 애들 오면 그럴까 싶어.”]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매년 재앙에 가까운 산불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카운티 보건국 웹사이트로 들어가 봤습니다.

산불이 꺼진 후 집으로 돌아갈 때 반드시 N95, 또는 P100 마스크를 써야 하고, 긴팔 옷과 긴 바지, 장갑을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집안에 잿가루나 탄내가 남아있을 경우, 헤파 필터나 숯 거르개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헤파 필터 장착 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또, 냉장고에 있던 음식과 탄내가 배긴 옷 등 의.식.주 분야를 총망라해 세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 콜로라도 마샬 화재 이후 진행된 연구에서는 산불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지 않은 주택 내부와 공기에서도 유전 독성과 발암성을 나타내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발견됐는데, 특히,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경우 유리나 면직물 등에서 최대 40일 이상 잔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단순히 불이 꺼졌다고 해서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기에는 공기질, 수질, 음식 등 위험 요소가 많다는 거죠. 사후 수습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가 없으면 이후에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불 피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공신력있는 가이드라인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TBC 남효주입니다. (영상취재 - 고대승, CG - 최성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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